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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으신 아버님


아... 아버님이 드디어 일을 벌이셨다. 아버님 재산은 아버님 것이니 마음대로 쓰시라고 말씀드렸지만, 80을 바라보시는 연세에 우리는 엄두도 못 낼 공사를 시작하셨다. 그 분야의 일을 해보신 적도 없으시다. 가족, 자녀들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결국 시작하셨다. 아버님도 처음하시는 일이니 남편과 나는 더더욱 아는 바가 없다. 설계도 도면을 보여주시며 아버님은 꿈에 부풀어 하셨지만, 건축하는 딸이나 그걸 볼 줄 알지 나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남편과 남편의 형제들은 아버님이 이 연세에 무리한 일을 하는 것도 마땅치 않고, 그냥 그 돈으로 편히 사시지 위험많은 일을 하신다고 염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에겐 그런 아버님 모습이 참으로 좋아보였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루터도,  스피노자도 아닌 우리 아버님처럼 보였다. 아버님이 하시고자 하는 그 일에 축복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기도했다. 자주 남편에게 전화하셔서 도움을 청하시고 수시로 오라하셨다. 그것은 참으로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다. 아버님이 누구 사정 배려하면서 일하시는 분이 아니시기에... 그러나 기도할수록 아버님에게 응원을 해드리고 싶고, 내가 도울수 없는 일이니 남편이 아버님을 잘 도와드렸으면 했다. 하지만, 남편도 새 직장에 들어가 적응해야하는 일로 몸과 마음이 몹시 어려운 때였다. 처음엔 아버님 전화만 받으면 일을 시작하신 것부터 마땅치 않음에 마음에 원망과 미움이 불일듯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이 차차 그 마음을 녹여주셨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말에 조심이 없으신 아버님 입에 항상 긍정적이고, 여유있고 덕스러운 말이 넘쳐나는 것이다. 상황은 온 가족을 숨막히게 하는 상황이고 누구보다도 아버님이 가장 힘들터인데,  이것으로 손해가 커지면 어떠냐, 이득을 좀 적게 보면 된다. 이 공사비로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몇 십 몇 백 가정들을 먹여살리고 있다. 공사자금 대출건이 해결되지 않아 자금 압박이 심한 상황이 이어지는데도, 아버님 자녀들, 사촌, 아버님 형제들, 등 아는 지인들의 도움이 실낱같이 이어지고 있다. 아버님은 매일 나가 부실 공사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신다. 그러나 아들중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할 것 같아 막내 아들이 하던 일을 그만 두고, 가족들도 서울에 남겨두고 아버님께로 출근한다. 큰 아들, 막내아들, 딸들, 다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돕고 있다. 어느새 아버님에 대한 불만, 원망의 소리는 잦아들고, 어떻게든 아버님 쓰러지지 않고, 공사가 잘 완공되는 일로 가족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있다. 

아이들 셋을 대학보내고, 남편의 휴직과 재취업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하나님이 우리 가족들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 간섭하시는지 체험하고 있다. 소망을 계속 놓치지 않게 마음을 붙들어 주신다. 그리고 지난 일에 대한 원망의 마음 대신 앞의 일을 위해 마음이 모아지게 하신다. 함께 짐을 지는 것에 대해 원망하지 않게 서로 다독이며 그 시간을 견디게 하신다. 이런 마음들이 '내가 이렇게 해야지'한다고 얻어지는 마음이 아니어서,  나의 마음 뿐 아니라 남편이나 자녀들, 그리고 아버님과 형제들의 마음을 간섭하시는 일을 보는 것은 모세의 홍해의 기적을 보는 것과 같은 감동이다. 다른 해보다 더 떨어진 기온과 잦은 눈 비,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자금대출건으로 아버님과 가족들의 걱정은 피를 마르게 하지만, 그런가운데도 주시는 소망과 서로에 대한 걱정과 격려는 참으로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은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이 건물이 잘 완공되기를,  튼튼하고 유용한 공간이 되길, 공사중 사고 없기를, 아버님 건강하시길, 아버님과 같이 있는 것이 세상에서 젤 견디기 힘듦에도 그 옆을 지켜주는 서방님이 아버님과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길,  가족들의 마음이 모아지게 하심에 감사드리며 아버님 어머님, 형제들 모두 구원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함께 기도해주세요. 



 방영철

2014-12-18 14:10

좋은 결과에 이르기를 기도합니다!

 문혜영

2014-12-19 06:13

목사님이 기도해주신다니 좀 더 기도에 열심을 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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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책없으신 아버님
  • 2014-12-13
  • haheehong
  • 1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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